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면 분들이라면 이전 포스트를 참고하자!
5월 31일,
29일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우중충한 30일을 지나 맑게 날이 갰다.
5-8시 입산을 예약해두고 7시 40분 즈음 성판악 탐방안내소에 도착했다.
확인할 내용을 머리에 넣고,
1. 화장실은 ⭕성판악 탐방안내소, 속밭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에 위치, ❌백록담 정상에는 없다.
2. 속밭대피소를 지나 나오는 길에서 사라오름이 아닌 진달래밭대피소로 향해야 백록담으로 간다.
7시 50분, 등산 시작!
야아, 한라산이다~ 기분 좋다~ 얏호~
큰 까마귀도 만나고
점점 지치다가...
속밭 대피소를 지나...
다시 조금 충전하고(이때까지만 해도 나름 괜찮았다)
600M를 넘게 오르고
사진도 안 찍고 열심히
멋진 하늘 아래 길
진달래밭 대피소를 만났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늘 아래 앉아서 쉬었다.
다시 출발!
이 표지판은 믿을게 못 된다.
분명 빨간 길은 지나왔는데 왜 더 힘든 건데...
다 빨강으로 해놓으면 안 올라올까 봐 일부러 그런 거지...
그래도 이쯤 올라오면 초록 나무로 가득하던 길에 하늘색 여백이 생긴다.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뭔가 정상이 가까워지고 있는 기분.
나, 다 온 거지?
1700M를 넘어섰다.
와 진짜 많이 왔구나. 뿌듯.
나무들이 죽어있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저 멀리 솟은 곳이 백록담이다.
내려오시는 분들의 표정이 밝은 걸 보니 분명 가까이에 있는 듯하다.
근데... 여기서부터가 지옥.
계단으로 이어진 정상까지의 길은 끝이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조금 오르면 쉬고, 또 오르다 쉬고 했다.
그래도 경치 하나는 최고야... 멋져...
경치로 1 충전하고 걸으면서 2 잃고
계속 마이너스로 오르는 기분이었지만
.
.
.
.
.
도착했다, 백록담!
탁 트인 시야, 저 멀리에 물이 고여 있다.
이틀 전 비가 꽤 왔음에도 물이 많이 차지 않은 듯하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불고 그늘이 없어서 모자와 선글라스, 긴팔 겉옷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서있다.
40분은 기다린 듯 ㅠㅠㅠ
근데 나중에 모두 하산해야 할 시간쯤 되면 어차피 사람이 없어서 늦은 시간 정상에 도착했다면 우선 쉬고, 내려가기 직전에 찍어도 괜찮을 듯했다. 괜히 힘든데 줄 서고 그런 고생은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을 듯...
너무 힘들었던 1인. 괜히 줄 섰다 싶었던 1인.
적당히 자리를 잡고 컵라면 먹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며, 삼각 김밥을 먹었다.
그래... 컵라면을 가져왔어야 했어.
작은 거라도 챙겨왔어야 했어...
나는 삼각김밥 하나와 초콜렛 조금 뿐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내려가야 한다.
하산 시이작~
내려가는 건, 끝없는 고통이었다고 밖에는...
왜 안 나오나 싶던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오고
속밭대피소를 지나니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 이 정도면 입구에 도착해야 하는데,
나는 계속 걷고 있는데,
끝이 나오지 않는,
그래도 계속 걸어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되었다.
눈에 보이던 사람들이 점점 줄고 해가 질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이러다가 헬기 뜨는 거 아니야..? 다 내려가기 전에 깜깜 해지는 거 아니야? 밑에서 관리소 직원분들이 우리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가 진짜 마지막인가? 내려오기 시작했을 땐 아니었는데? 내가 환각을 보고 있는건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입구가 보이고
도착!
동생이 기록해둔 등정 루트, 11시간을 산 속에 있었다.
한라산 정말 엄청난 곳이었다.
다 내려왔을 땐 정말 힘들다는 생각밖에 없어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정말 끝자락이었는지 사람도 4명 정도밖에 안보였다.
스틱이랑 무릎 보호대 없었으면 어땠을지, 아마 백록담까지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꼭 챙겨가자!
물 마시고 좀 쉬다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달래며 등정 인증서 챙겨 집으로 향했다. 얼른 쉬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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