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형은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바쁘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거나, 맛집 투어가 우선시된다거나, 유명 관광지를 꼭 찍어야 한다거나... 그간 여행을 다니며 내가 여유로운 걸 선호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제주 구좌에 머물러보니 내 생각보다 더욱더 그러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있거나, 여유롭게 차 한잔하며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편안함의 경지에도 조금 다가선 듯했다.
이런 생각과 경험에는 구좌에서 머물렀던 숙소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낸,
별방21펜션
제주 제주시 구좌읍 문주란로1길 74-22
010-4077-0352
1층 2개/ 3층 복층 구조 3개 호실
펜션 앞 주차 가능
이곳의 장점은
1_ 깔끔하고 관리가 잘된 내부
2_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별방진
3_ 세화 해수욕장-하도 해수욕장의 중간
4_ 친절하고 꼼꼼하신 사장님
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1_ 깔끔하고 관리가 잘된 내부
내가 머물렀던 203호는 복층에 침대가 위에 있는 구조였고 큰 창문에 발코니가 있었다.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발코니에 가끔 새가 와 앉아 있곤 했다.
TV, 테이블, 접이식 테이블을 비롯해 취사 시설이 갖추어져 있고 빨래 건조대와 외부 공용 세탁기도 있었다. 5개의 호실이 같이 쓰는 세탁기이지만 한 달간 이용하면서 다른 이용객이 사용 중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고 또 외부에 있다 보니 소음 걱정도 없어 사용이 편리했다.
널찍한 화장실과 넉넉한 식기구도 매우 마음에 들었고 옷걸이가 많아 옷이 구겨질 걱정도 없어 좋았다.
전체적으로 쾌적하고 관리가 잘된, 깔끔한 느낌이었다!
지금 보니 내부 사진을 많이 안 찍었구나...
홈페이지에 가면 더 자세한 사진과 다른 방의 모습도 볼 수 있다!
2_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별방진
다른 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머물렀던 방에서는 큰 창문으로 바다와 별방진이 보였다.
숙소를 결정하기 전에는 바닷가로 할지 더 중심부에 숙소를 잡을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곳에 오고 나서는 괜한 고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바다만이 주는 푸르름이 있다는 걸. 더욱이 한적한 이곳 제주의 바다는 더더욱 그렇다.
별방진이 있다는 건 구좌에 와서야 알았는데, 별방진을 넘어 저무는 해가 정말 아름답다. 여유로울 땐 저녁 산책을 나가 별방진 위를 걸으며 노을빛을 담뿍 느껴도 좋다.
별방진에 올라 찍은 사진
3_ 세화 해수욕장-하도 해수욕장의 중간
숙소 근처에 어떤 편의 시설과 관광지 등이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별방21펜션은 세화와 하도 해수욕장 중간에 위치해있고 서문동 방향으로 가면 세화해수욕장, 하도굴동 방향으로 가면 하도 해수욕장이 나온다. 하도 해수욕장 방향으로 차로 15분 정도 더 가면 성산일출봉도 나온다.
세화 해수욕장과 그 일대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라 걸어서 가기에는 조금 멀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해변가를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금방이고 산책하시는 분들도 많이 보인다.
세화 해수욕장 쪽에는 카페, 음식점과 작은 소품샵들이 많고 제주해녀박물관도 근처에 있다. 구좌는 당근이 유명해서 당근 주스를 파는 곳이 많다. 맛은 장담하지 못하지만 궁금하면 한번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건강주스맛이다.
카페 라라라 당근주스
세화씨 문방구를 지키는 고양이
또, 세화민속오일시장과 근방에서 가장 큰 마트인 하나로마트가 있다. 나 또한 하나로 마트에서 대부분의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했다. 주차장 자리도 넉넉하고 제품도 다양하게 있어 꽤 괜찮은 마트이다.
하도 해수욕장과 그 일대
하도 해수욕장은 바다낚시와 캠핑,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적하고 조용해 어떤 블로그 글에서는 제주도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럼 꼭 가야지 - 나는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하도 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밤에 돗자리 깔고 해변가에 앉아 잠시 쉬기도 했다. 밤에 고기잡이 배들이 많이 보인다.
4_ 친절하고 꼼꼼하신 사장님
나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고 입실 가능 날짜를 확정받은 후 50% 예약금을 냈다. 나머지 금액과 관리보증금은 입실한 후 결제하였고 퇴실할 때 사용분을 제하여 환급받았다.
입실할 때 잠깐 사장님을 뵀는데 근처 구경할 곳이나 맛집이 어딘지 소소한 팁을 주셨다. 그리고 중간에 궁금한 점이 있어 도움을 받기도 했다. 또, 퇴실할 때에는 전기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금액은 얼마나 나왔는지를 꼼꼼하게 종이에 적어 보여주셨다. 바로 환급도 해주셔서 너무 편하고 신뢰가 갔다. 에어컨 많이 틀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얼마 안 나왔다!
이 외에도 바닷가를 따라 괜찮은 카페들이 많고 -카페 록록, 속솜, 꾸끼, 하도 1940, 한라산, 개인주의자 등- 마을 골목을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여름에는 청보리와 수국이 낭만을 더해준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우물.
제주도 안무어사로 부임했던 김상헌의 기록에 "별방진성 내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그 맛은 짜다'라고 되어있다고 한다.
역시 제주도.
반면, 숙소가 한적한 곳에 있다 보니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고 작은 슈퍼도 10분 거리이다. 음식점도 배달되는 곳이 많지 않고 배달료도 비싸다. 다행히 쿠팡 로켓배송은 오는 듯 했지만!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버스 711-2도 배차 시간이 길다. 1시간에 1대 있을까 말까.
때문에 차가 없다면 이동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을 꼭 고려하길! 나는 구좌에 와서 그 사실을 깨닫고 가족을 통해 차량을 위탁 수송받았다. 그 후론 매우 편했다지.
제주에 다시 오게 되면 또 머무르고 싶을 만큼 괜찮은 숙소였다. 구좌읍은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좋고.
제주도,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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