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인이 되려고 쓰는 글

헤르난 바스전 <모험, 나의 선택> | 허상 또는 '이상'의 세계

by 굉장한빙봉 2021. 4. 4.
728x90
반응형

작품 설명에는 개인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고 왔다.

작품 뒤 그려진 배경도 작품이다!

헤르난 바스 <모험, 나의 선택(Choose Your Own Adventure)>

80-90년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책 시리즈이기도 한 '모험, 나의 선택'. 독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되는 독특한 구조의 책처럼, 헤르난 바스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기간 2021.02.25.(목) - 05.27.(목)

시간 10:00 - 18:00 (월요일 휴관)

장소 스페이스K 서울

✔도슨트 화-금 14:00/ 16:00 , 토-일 11:00/ 14:00/ 16:00

 

헤르난 바스
미국 마이애미 출신 쿠바계 회화 작가 헤르난 바스(b.1978)는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벨 컬렉션에 소개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LA 현대미술관(2005), 브루클린 미술관(2009), 베니스비엔날레(2009) 전시로 주류 미술계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출처 스페이스K

 

아래는 이번 전시에 관한 이번 전시 소개 영상이다.


작년에 개관한 스페이스K 미술관의 두 번째 전시.

집에서 마곡까지는 거리가 좀 있어서 가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근처에 서울식물원도 있어 같이 보고 오면 좋겠다 싶었다. 혹시 다리 안 아프다면!

 

 

 

예매는 인터넷을 통해 미리 해두었고 도슨트 시간에 맞춰 미술관에 도착했다. 티켓과 안내 종이를 받았다.

 

 

들어가서 입구에 좀 있으니 도슨트가 시작되었다. 30분 정도 진행된 도슨트로 대부분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다만 천장이 높다 보니 좀 울려서 전달에 한계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그래도 도슨트는 무조건 들으시길 추천한다.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분홍색 플라스틱 미끼들>이 아닐까 싶다.

 

Acrylic on Linen/ 303.5x504.8x5.1cm/ 2016

 

자동차에 기대어있는 남자의 여유로움과 플로리다의 화려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뒷배경의 건물과 달리 앞쪽의 무너진 잔재들과 진분홍색 가짜 플라스틱 플라맹고 미끼에 속아 철망에 발이 묶여있는 하얀 플라맹고, 빠져있는 자동차 바퀴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작품의 배경이 된 플로리다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한 곳'으로 떠오르지만 실제로는 미국 남동쪽 끝에 위치해있어 아메리칸드림을 찾아온 난민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곳을 찾아왔지만 결국 발이 묶여버리는, 미국 사회의 안타까운 이면이 작품에 담겨있는 것. 특히 남자의 모습은 청춘의 아이콘이기도 했던 '제임스 딘'의 실제 모습과 닮아있으며 그가 기대어있는 자동차는 포르쉐550과 비슷하다. 여러 안타까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포르쉐 550. 그 차에서 생을 마감한 제임스 딘,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낡은 캐딜락까지 - 캐딜락은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 외에도 동서양의 만남이 느껴지는 <구루>,

 

Acrylic on Linen/ 213.4x548.6cm/ 2013-2014

 

승자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보는 듯한 <앞길은 금은동>,

 

2011

 

서빙을 거부한 바에 앉아 성소수자 인권 시위 십 인(sip-in)을 했던 세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The sip in>.

 

Acrylic on Linen/ 213.4x274.3cm/ 2019년

 

 

2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 내려다보아야 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오른쪽 하단-

 

 

그리고,

내가 인상 깊었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시각이 느껴지는 <지독한 가뭄 후의 시작>이다.

 

Acrylic on Linen/ 213.4x182.9cm/ 2020

 

길었던 가뭄 후에 내린 단비. 한 남자가 자신의 생명수와도 같은 비를 받고 있다. 아마 자신이 가진 양동이들을 모두 꺼내놓았을 것이다. 그가 서있는 곳은 말라버린 수영장. 가뭄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수영장 벽면에 드리워진 십자가 모양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신의 가호로 지금까지의 고통은 끝이 났으며 새로이 행복을 맞으리라. 또는 묘비 위에 세워진 십자가처럼 죽음을 상징하여 아직 가뭄은 끝나지 않았음을...

나는 두 관점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우선 전자로 생각하는 이유는 양동이에 받아진 비 때문이다. 생명수가 채워지고 있는 모습. 그리고 십자가 그림자 앞에 서있는 검은 옷의 남자도 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제복을 신부님처럼. 

반면, 두드러진 일직선 모양의 비는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작품의 가장 전면부에 위치한 하얀색 비가 내게는 남자를 가둔 철창 또는 날카로운 고통의 바늘처럼 보이기도 한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비는 원래 일직선으로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현실 반영인가... 모르겠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도 그렇다. 단비가 오는데 웃어야 하지 않을까? 기분이 좋은 건 맞을까? 근데 원래 작가의 작품에서 얼굴들은 다 무표정이라서 이건 패스.


티켓 부스 옆에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여러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한번 둘러보시기를.

 

 

이렇게 이번 전시 이야기는 마무리해야겠다. 아쉽게도 아트샵이 없어서 뭘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었다. 엽서 같은 거 사고 싶었는데 포스터만 판매되고 있는 듯했다.

 

칙칙한 듯 화려한 색감과 그 속의 이야기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작품들. 앞으로의 작품들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젊은이의 바다>의 일부

- 끝 -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