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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이 되려고 쓰는 글

<행궁유람 행행행> | 행궁동 예술의 역사를 돌아보다 @수원시립미술관

by 굉장한빙봉 202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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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울수록 더 멀게 느껴지는 건 변함이 없다. 이전에 살던 집 앞 커피샵이 그랬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그렇다.

- 그 커피샵은 결국 가지 않았다지... -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시립 미술관을 처음 방문했던 때가 2015년. 당시, 시립미술관이 개관하며 수원 미술계를 되짚어보는 기념 전시가 열렸고 그 후로 정~말 오랜만에 지난 전시였던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를 보기위해 시립미술관을 찾았다. 그것도 전시 마지막 날... ㅎㅎㅎ

 

아닛, 이렇게 유익할수가...!

 

그동안 타지에서 하는 전시회나 미술관을 종종 방문하곤 했었지만, 집 앞에 이렇게 좋은 문화공간을 두고... 5년 동안 뭐한 거니, 나..?

그래서 다시 찾았다. 수원시립미술관.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공식홈페이지

행(幸)복한 행(行)궁동을 행(行)한다

<행궁유람 행행행>

 

전시 기간 | 2022년 04월 26일 - 06월 26일

관람시간 | 10:00 - 19:00 (입장 마감 18시)

관람료 | 4,000원

 

전시 배경

행궁동이라 불리는 수원 화성 일대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듭해왔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기쁜 소식은 행궁동 지역의 각종 규제와 제재의 시작이었으며 이는 주민의 이탈과 지역 낙후를 불러왔다.

- 건축물의 높이나 면적에 관계없이 성곽길이 5.7㎞ 안팎의 반경 500m 모두가 규제대상에 포함되어 성곽 내부 130만㎡를 포함해 무려 373만 6천㎡가 규제대상이었다고 하니 해당 규제가 행궁동 일대의 슬럼화 원인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

 

그럼에도 행궁동의 가치를 알아보았던 주민이자 예술가였던 사람들은 이곳에 남아 -또는 들어와- 미술을 매체로 다양한 활동을 지속했다. 레지던시를 운영하여 여러 미술가들을 행궁동으로 불러 모으고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벽화마을 프로젝트와 주민 참여 행사 등도 더해져 행궁동은 이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으며 다양한 상점, 카페 등이 들어서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변모하게 되었다.

 

<행궁유람 행행행>은 관람객에게 행궁동 주민과 예술가의 활동상을 향해 떠나는 예술유람(遊覽)을 제안하며, 나아가 수원 고유의 문화 콘텐츠 토양이자 삶과 예술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마을인 행궁동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기대해본다.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전시안내 참조


지인분께서 초대권을 주셔서 무료로 관람하게 되었다. 초대권도 예쁘다! 입장 마감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들어가게 된 게으른 나.


1부 행궁(行宮)하다

행궁동 일대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전시와 레지던시, 벽화마을 프로젝트, 문화예술제 등에 참여한 70여 명(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각 작품마다 바닥에 설명이 적혀 있는 게 인상적이다.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되어 꼼꼼히 읽었다.

조정은 | 레디메이드 인 행궁동 | 2016-19 | 종이에 아크릴, 혼합재료

 

참고로 다실바의상실은 아래의 위치에 있다. 행궁동 벽화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벽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신봉철 | 원모어라이트 | 2021 | 캔버스에 유리

 

미국의 락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곡 'One more light'의 한 소절을 담은 작품이다. 해당 곡은 '밤하늘 수많은 별들 사이, 빛 하나가 꺼진다고 누가 신경쓸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내가 그 사람이 되어주겠다는 위로를 담은 곡이다.

- One more light가 수록된 앨범은 밴드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생전에 참여한 마지막 앨범이기도 하여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노래이다 -

 

황은화 | 또 다른 시각 - 관계 | 2022 | 캔버스에 아크릴화

 

안성석 | 역사적 현재 004 | 2009 | 디지털 C프린트

 

장안문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고 있다.

 

조성훈 | 감시자 | 2019 | 캔버스에 유채

 

인세인 박 |  네온

 

김현주 | 피치 파라다이스-골프 | 2021 | 비단에 채색, 자개

 

김희곤 | 사랑 | 2021 | 아연 강판에 컬러

 

찌그러지고 일그러진 사랑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빛이 난다...

 

박혜원 | 유츠프라카치아 | 2018 | 황동에 부식

 

납골당의 황동 이름표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아프리카 열대식물인 유츠프라카치아는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을 이야기할 때 많이 상징된다고 한다. 반질반질하게 빛나는, 처음 모습 그대로와 같은 이름표와 더 찾는 이가 없어 부식되고 변색된 이름표가 대조되는 이 작품은 삶 속의 관계가 죽어서도 이어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삶 속,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며 쓸쓸해 보이는 부식된 이름표를 대신 닦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윤숙 | 일심, 무경계-온새미로 | 2022

 

작가님의 소장품과 가운데 위치한 작품으로 이루어진 합작품이다.


2부 행인(幸人)

주민과 예술가 간의 관계와 축적된 시간을 보여주는 아카이브 공간이다. 주민 인터뷰와 행사 영상, 책 등으로 그 역사를 만나 볼 수 있다.

참고로 대안공간눈은 아래의 위치에 있다. 벽화마을에 위치하고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으며 위에 소개된 이윤숙 작가님이 대표로 있는 공간이다.


3부 유람행(行)

이제 밖으로 나와 상점과 카페, 공방을 비롯하여 행궁동 벽화마을과 생태교통 마을 일대를 직접 방문하며 행궁동의 발자취를 직접 느껴볼 시간이다.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사방에 위치한 4개의 문-장안문, 화서문, 팔달문, 창룡문-과 그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방거리, 카페거리, 벽화거리들을 마음 편하게 돌아보면 된다.

 

그리고, 미술관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하늘정원으로 연결된다. 이곳에서 바라본 팔달산 위 서장대와 화성행궁 뷰가 정말 멋지니 꼭 한번 올라가 보시길 추천한다.


우리는 보통 지역의 역사에 무심하다. 지역 미술의 역사에는 더 그렇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행궁동의 발전과 지역 교류에 힘써 이곳을 유지해온 작가들의 노력에 행궁동 주민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최근 행궁동에 많은 카페, 상점들이 들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on- 등과 같은 여러 현실적 문제가 걱정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아름다움을 함께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행궁동, 참 아름다운 곳이다. 야경은 더욱 눈부시다. 수원 화성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온 이곳 행궁동의 아름다움을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담뿍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전시도 보시고...!

 

어느새 해가 져가는 하늘을 맞이하며, 깊고 다채로운 감명과 함께 나서는 발걸음이 다음 전시를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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